눈이 쌓이도록 많이 오던 날, 잰걸음으로 도착한 곳이 있다.
눈 오는 날이면 웬만해서 나가지 않는데, 갑자기 이끌린 곳이 있었다. 네이버 평점 4.92, 짜디 짠 카카오맵 평점 4.6에 빛나는 스웨덴 피크닉. 카카오맵 평점 맹신자는 무거운 엉덩이를 떼고 그렇게 눈길을 하염없이 걸었더랬다.
스웨덴이 낙엽으로 유명한가? 암튼 엄동설한에 가을 낙엽들이 왜 어울리는지 모를 일이다. 운치 있는 분위기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들어가는 계단은 가파르다. 조심 조심 내딛고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벽면에 채워진 와인 글라스 그림들과 SWEDEN PICNIC은 이 가게의 정체성을 드러내준다. 즐비한 와인잔들, 곧 설명하겠지만 스웨덴 피크닉은 이 글라스 잔들이 곧 이 가게의 맛과 멋이다. 마주 보고 있는 벽에는 LAGOM이라는 글귀가 보인다. 스웨덴어로 Lagom은 '아주 적당한' 이라는 뜻을 지닌다. 삶의 행복과 만족이 어렵지 않아보이는 마법같은 단어다.
곧이어 이 가게의 컨셉 장인이 나타나셨다. 스웨덴 피크닉에 온 친구들은... 이라고 하시자마자 나는 동공 지진.
나.. 나를 친구로 맞아주시는 건가?
약간 놀이동산 컨셉??? 환상의 나라로 오신 친구들 환영합니다??
다 들어보니 그냥 일반적이고도 친절한 인트로 인삿말이었다. 머쓱해진 맘을 뒤로 하고 체크리스트를 확인해봤는데 2차 동공지진...Picnic Mood를 골라야했다.
로맨틱을 고르고 싶었으나 남친의 극구 만류로 데일리를 골랐다. 흥, 로맨틱은 누구랑 하려고?
허기가 져서 밥될만한 것을 고르고 와인을 골랐다.
주문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가면 이렇게 와인잔들이 와라락 있다.
제일 특이한 걸 고르기 위해 다가갔더니 밑에 조그만한 글씨로 "Broken Charge" 10만원 이라고 되어있다.
괜히 쫄려서 깨도 부담없이 가격이 Lagom한 잔 두개를 골랐다.
각자의 취향대로 골라온 잔들.남자친구는 이쁜 오로라 잔이고 나는 약간 독이 든 성배같은 잔이다. 티코스터에는 탈무드같은 게 적혀있다. 맘에 들면 챙겨가라고도 하심.
진짜 배가 너무 고파서 저기 있는 거 다 먹었다. 싹싹 비웠다. 소스들이 한 몫했다. 사실 편백찜은 반칙이지, 맛이 없을 리가.
요거는 가장 싸서(?) 시켜봤다. 양은 쪼그맣게 나오지만 그래도 먹을만 했다. 저건 김이 맛도리다. 달콤 짭잘하이. 감태는... 명성에 비해서는 별로.. 줘도 안먹...
와인 한병을 다 마시고도 조금 아쉬워서 와인 하프 글라스를 또 시켰다. 그럼 또 와인잔을 고를 수 있게 해주신다. 이번에 고른 잔은... 울퉁불퉁한 아이. 저거 유리 blow glass하려면 어려웠겠는데..?
하프 글라스는 이렇게 와인 디켄터에 담아주신다.
마무리는 사장님께서 주신 써비쓰!! 김부각이랑 저저!! 맛도리 요거트 소스! (확실하지 않다)
입가심으로는 콩고물 아이스크림을 주셨다. 아.. 이것은 스웨덴과 한국의 퓨전이로군.
웨이팅이 없으면 꼭꼭 재방문 하고 싶다.
또 다시 갈 날은 평일 저녁, 눈발 날리는 날로 기약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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