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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다!/맛있다!

[석촌호수 맛집] 프랑수아 프랑스 음식

by 긴픽 2023. 4. 2.

벚꽃 피는 석촌호수에는 오늘도 벚꽃만큼 많은 사람이 모여서 떼 지어 걸어간다. 가만히 그 모습을 앉아 구경하다 보면 사람 구경도 참 재미있다. 분홍색 깔맞춤 커플, 알록달록 옷 입은 어른들, 맥주 까는 대학생들…… 머리에 벚꽃 잎이 떨어져서 붙이고 다니며 연신 즐겁게 떠든다. 사람들이 붐비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도 석촌호수는 웬지 모르게 좋다. 산책하기에도, 사람 구경에도, 그리고 맛집을 찾아 나서기에도.

 

오늘은 석촌호수 근방에 있는 데이트 코스로 훌륭한 맛집 프랑스와를 소개한다. 사실 2주 전, 화이트데이 때 남자친구가 고심하여 선별한 곳이다. 분위기도 좋고 와인 한 잔하기에도 참 매력적인 곳이다.

 

 

시켜 먹은 메뉴

레드와인 Delas Cotes du Rhone Saint Esprit, Syrah-Grenache, France 6.3
에스카르고 (달팽이 요리)  1.5
오리 요리 3.6
숯불 소 안심 요리 4.2
크림브륄레 1.0

저녁 시간에 들어선 식당의 풍경. 아늑한 잘 꾸며진 살롱에 온 기분이었다.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그래도 적당히 격식 있는 느낌의 장소라 들어서자마자 맛집의 확신이 들었다.

추운 날씨에 걸 수 있는 옷걸이도 마련되어 있다. 행거 옆 통로로 들어가면 화장실도 있고 구비된 핸드 워시 냄새도 엄청 좋다 (뭔지 찍어올 걸… 구매욕이 드는 향이었다) 한 잔씩 하다 보면 화장실을 가기 마련인데 석촌 호수 근방에 식당들의 화장실이 가게 밖에 있거나, 좀 걷다가 상가 안에 있는 화장실을 써야 해서 몇 번의 비밀번호를 거치는 경우가 있는데 프랑스와는 그렇게 홀이 크지 않음에도 안에 화장실이 잘 되어있었다.

창가 뷰 (롯데월드 뷰)

점원분이 오셔서 주문받는데 참 기분이 좋았다. 사실 좋은 레스토랑에 와서 기분이 안 좋아지는 경우가 몇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엄격한 주문 룰(?)이었다. 사담이지만 SNL에서 페러디한 요즘 인스타그램의 핫한 카페들이 두 손 모으는 이모티콘을 쓰며, “죄송하지만 개념 좀 부탁드려요~” 같은 같잖지도 않은 그들만의 품위와 매너가 있는데, 그런 것들이 꼭 괜히 돈 쓰면서 눈치 보며 기죽게 만든다. 암튼, 에피타이저, 메인디쉬, 사이드 디쉬, 디저트로 구성된 메뉴를 보며 괜히 눈치를 봤었다. 으레 이런 곳들은 음식의 순서와 나름의 절차가 있지 않을까 해서 코스로 나오게끔 각각 두 개씩 시켜야하나…? 했는데 그러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 되었다. 그렇지만 직원분께서 꼭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며 산뜻하게 주문을 받으셔서 안심하며 시켰다.

처음으로 나온 건 레드와인. 직원분의 기분 좋은 매너에 대한 무한한 신뢰로 그분이 추천해주신 레드와인을 시켰다. 레드와인의 특유의 텁텁함도 없고 머리 아픈 느낌도 없이 너무나도 산뜻하게 들어가서 이름도 기억했다!! Delas Cotes du Rhone Saint Esprit. 어떻게 발음하는 지는 모른다. 델라스 코테스 두 로네 세인트 에스프리트..? 모른다.

 

직원분이 시음 같은 걸 해주셨는데 내 잔에 아주 조금 따라주셔서 맛 좀 보라고(?) 도움을 주셨다. 그런 건 처음이라 뚝딱됐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같이 갔던 짝꿍이 실실 쪼갰다.

 

에피타이저로 나온 건 에스카르고. 2013년도 프랑스 파리에 일주일동안 있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먹었던 에스카르고 보다 약 10배는 더 맛있다. 10년 전에 일이라 그런가… 암튼 에스카르고가 저렇게 똥글똥글 구멍이 난 팬에 들어가서 나왔었는데 버터향과 달팽이 본연의 맛이 너무 잘 드러났던 음식이었다. 그러나 프랑스와 달팽이 요리는 진짜 요리다! 바질 향과 토마토의 앙상블이 너무 고급스러운 음식의 맛을 극대화해주었다. 다만 옆에 있는 빵은 기름기가 많아서 내 입엔 안 맞았다. 제일 처음 식전 바게트와 같이 먹는 게 오히려 더 맛있었음.

 

다음은 수비드한 오리가 나왔다. 어린 채소와 식용 꽃으로 꾸며 놓은 오리는 밑에 리조또를 품고 있었다. 오리는 남의 입에 들어간 것도 뺏어 먹으라 할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재료.

직원분의 설명에 수비드 하면서 짭조름하다라고 하셨는데, 와.. 진짜 그랬다. 짰다. 그냥 짰다. 이 정도로 짜면 남의 입에 있던 것도 날 주지 말고 도로 뱉어내라고 할 정도로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았다.

밑에 밥이랑 꼭 먹어야 간이 맞다. 오리 자체가 짰다. 원래 오리가 이런 맛이었나? 게슈탈트 붕괴가 올 정도.

담백한 하몽을 먹는 기분이었다.

 

다음은 숯불로 구운 소고기 안심. 양파 잼과 모닝글로리같은 채소가 함께 나왔다. 역시 안심은 실패하지 않지. 양파 잼에 찍어 먹었는데 그 맛이 잊혀지질 않는다. 정말 맛있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더 따뜻했으면 더욱 환상의 맛이 나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대망의 피날레는 바로 디저트, 크림 브륄레였다. 정말 천상의 맛…!! 진짜 맛있었다. 올려진 달고나 같은 것에 크림 브륄레를 찍어서 먹어도 맛있고 그냥 퍼먹어도 맛있고, 고기로 텁텁해진 입을 싹 녹여주었다. 혀가 호강하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세상에 이런 맛이 있었다니. 인생 헛살았다.

 

이렇게 멋진 곳을 소개해주고 남친 돈 남친 산 해준 짝꿍에게 압도적 감사!!

재방문 의사 있음! 아주 있음!! 특히 에스카르고는 꼭 먹어보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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