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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봤다!/봤다!

[서촌 그라운드 시소] 평일 커플 데이트 레드룸 전시 후기 및 사담

by 긴픽 2022. 11. 8.

10월 25일 화요일 오후 5시, 레드룸 드디어 입성. 얼리버드로 남자친구가 구매했는데 시간이 안 맞아서 거의 비행기 파이널 콜 듣고 움직이듯 미루고 미루다 들어갔다. 전시는 11월 6일까지 진행.

7시까지라 6시가 마지막으로 입장 가능하다. 한 시간으로 전시관 둘러보기는 빠듯해서, 최대한 그래도 5시 30분까지 입장하는 걸 추천한다.

입구부터 강렬한 레드. 누가 봐도 여기가 포토존이요!! 하는 곳이다. 손에는 삐라 아니고 입장권.

 

입구에서 들어가면 살색 사진의 향연이 펼쳐진다. 사실 전시회 리뷰면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이고 해석을 기깔나게 설명을 해야하는데, 아쉽게도 그런 지식과 해석 능력이 딸린다.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까먹는 외국 작가님들의 이름... 암튼 오늘은 너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그만 알아보도록 하자. 세 작가의 사랑에 대한 사진과 그림이 전시되어있다.

 

요런 재미난 것도 할 수 있다. 타로카드를 뽑아서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랑을 하는지 알려주는 빨간 사물함이다. 사물함 안에 즐겨먹는 맥주와 커피가 있는 걸 보니 MBTI보다 나름 신빙성이 있다.

4층에 올라오면 야외로 나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중정원과 연못이 보이는 이쁜 건물이다. 운동이 부족한 사람은 전시회를 통해 계단 오르기 운동을 할 수 있다. 열심히 오르다보면 멋진 전경이 보인다.

멋진 전경과 더불어 침대도 보인다. 꽤 좋아보인다. 저기 누워서 안고 키스하라는 것 같다. 유교걸, 유교보이라 민망스러워서 괜히 바람만 오래 쐬다 얼굴 좀 식히고 들어왔다.

 

 

나는 Minzo King 이 분의 작품을 가장 재밌게 보고 참여(?)했다.

일단 다양한 그림과 참 사실적인 표현들이 있었고 색감도 예뻤다. 세세하게 표현되는 부분들이 있어 재밌기도 했다. 역시 그림이라 수위가 세긴 했지만 외설적이라기보단 귀여웠다. 

 

 

Let's be naked! 그짓말.. 옷 벗으면 잡아갈거면서!!

대형 작품과 아주 인상깊게 봤던 움직이는 작품! 요새 세상이 아주 좋아졌다는 걸 실감하면서 폰으로 담아왔다. 아파트로 형상화된 화면 곳곳에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의 움직임이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졌다.

 

마지막에는 빨간 메세지에 각자 편지를 쓰고 나오는 걸로 전시는 마무리되었다.

대부분 커플들에게 쓰는 것 같았는데 사람들의 말빨과 센스에 거듭 감탄했다.

 

 

사실 나는 사랑을 사진과 그림으로 표현함에 있어서 회의적이다. 특히나 사진으로 표현되는 사랑은 꾸밈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연스러움을 간직하려고 해도, 사진을 현상함에 앞서 보정, 색감 등을 고려하기 나름이니까. 여러 컷들 중에서 한 컷을 선별하여 '우리가 사랑하고 있습니다' 라고 표현하는 것은 참 믿음직스럽지 못하다.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사랑은 그만큼 자연스럽게 표현해내기 어려운 감정인 것같다. 상대를 사랑하는 진심을 표현하고 있는 건지, 아님 그 감정을 표현하는 나에게 취해서 더 추상적이고 멋들어지게 포장하고 만들어내고 있는 건지 나조차도 파악하기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전시회가 마음에 든다. 사랑을 추상적으로 그려내기 보다 원초적으로 보여지는 게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분좋은 변화이다. 그저 야한 걸 보러가는 게 아닌 자연스러운 행위를 그려내고 그것에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그 사진을 보고 아름답다, 아님 야 나두!(?) 스러운 공감. 저질스럽게 상품화하고 품평회하는 공간이 아닌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한다. 데이트 성공적, 로맨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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