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띠가 돌아왔다. 이름하야 환갑!
아이러니하게도 울 엄마의 생신은 어린이날이다. 5월 5일. 덕분에 매년 어린이날은 묘한 날이었지.
환갑을 맞이하여 큰돈을 쓰기로 작정했다. 요즘 환갑은 현수막 달고 식당 예약하며 요란법석하게 하지 않는 게 대세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선물 하나 거하게 하는 걸로 마음먹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나는 명품을 1도 모른다.
날고 기는 명품 리뷰 블로그들에 비하면 병아리 삐약 삐약 수준이겠지만, 나와 같은 첫 명품 구매자들이 갖춰야 할 마인드 세팅(?)에 대해 논하고자 적는다. 부디 도움이 되시길.
나는 명품 매장 첫 경험에서 그.... 불쾌한 서비스 덕분에 환골탈태하여 유튜브도 찾고 블로그도 찾고 매장도 삼고초려했다.
내가 산 곳은 잠실 롯데 에비뉴엘. 가까운 게 장땡. 뭐 명품 할인이 어려우니, 백화점 할인이 가능한 카드를 새로 신청해서 발급받는 것도 꿀팁이라면 팁이었지만, 5% 정도 할인되거나, 아니면 포인트로 캐시백 되는 카드들이며 그것도 전월 실적을 충족해야 가능한 것들이었는데, 겨우 그 정도 할인받자고 새로운 카드를 신청을 하고, 실적을 채우기에는 너무나도 시간이 부족했다. 평소 쓰던 카드가 가맹점 5% 할인되는 카드라 그거 믿고 일단 고.
첫 번째 방문에는 루이비통, 펜디, 구찌를 들렀다. 토요일 오후에 들렀고, 루이비통은 대기가 29팀 정도 있었다. 다른 매장은 웨이팅 없이 들어갔다.
사실 여기서 나의 문제점이 드러나는데, 명품에 대해서 1도 모르다 보니까 아무것도 알아보지 않고 갔다. 그래서 매장들을 들어가자마자 다짜고짜 "엄마 환갑 선물로 뭐가 좋을까요?" 하니 어떤 분들은 이것저것 추천해 주셨는데 시간이 너무 걸리고, 이 가방, 저 가방 다 꺼내놔서 봐놓고 "조금 더 둘러보고 올게요." 하기 죄송스러우면서 민망했다. 심지어 루이비통은 그런 태도로 가니 직원분이 손톱만 보면서 응대를 진짜 개똥으로 하셨다. (물론 안 그런 분이 훨씬 많다!!!!!!!) 가방을 보여주지도 않고 휴대폰에 있는 사진과 금액대만 휙휙 넘기며 계속 어떤 거 원하세요? 겨우 하나 골라서 보여주세요 하면, 1분 남짓 좀 살펴봤는데 바로 정리할게요 이래서 내쫓기듯 나왔다.
아, 첫 번째 방문에서 깨달은 4가지.
1. 내가 사고자 하는 금액대를 확실히 정한다. (500만 원 이하로 결정내림)
2. 그 금액대 안에서 어떤 상품들이 있는지 대략적으로 상품 5가지 정도 결정하고 방문한다.
3. 실물을 꼭 확인한다. 진짜 사진이랑 실물 느낌이 달랐다. 끈도 매달라고 하고 실착 해본다.
4. 그리고 추천받는다. (직원분들이 어떤 라인을 원하는구나 알고 나면 굉장히 적극적으로 바뀌는 느낌이다)
여기서부터 여기까지 다 주세요 시전 할 거 아니면, 직원에게 있는 명품 다 알려주세요 하게 되면 서로 피곤해진다.
명품 종류가 너무 많고 금액대도 너무 다양해서 효율적으로 구매하려면 무조건 서칭이 필수. 심지어 금액대를 정하지 않고 가면 가방마다 "이건 얼마예요?" "XXX만원입니다." "히익!!!!"의 무한 굴레에 빠진다.
그렇게 끝난 첫 번째 방문에 이어서 두 번째 방문도 끝났다. (??)
왜냐면 토요일 저녁에 7시에 방문했고, 대기가 마감이 되었기 때문이다ㅋㅋㅋㅋ
나만 몰랐냐, 명품은 아침에 줄 서서 사는 거랬다. 꼭 그럴 필요는 없는데 해 떠있을 때 무조건 가야 되는 건 맞는 것 같다.
대망의 세 번째 방문.
더이상 미룰 수 없다! 나의 결혼!! 엄마의 명품!!! (밈이다, 결혼은 아직 엄두 안나..)
다시 찾은 잠실 애비뉴엘, 막 엄청 친절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준비해 간 리스트를 쫘악 불러드리니 간결하게 착착착 꺼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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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23 기준)
조금 심플한 감이 있어서 참같은 걸 사서 달아야 하나 여쭤보니 점원 분이 너무나도 단호하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다. 역시 명품 매장이라 그런가, 이것 저것 사라고 종용하지 않고 딱 보기에도, 미학적으로도 괜찮은 정도를 알며 추천하는 느낌이었다.
구매를 결정하면 갑자기 테이블로 모시겠다며 물 혹은 탄산수 중에 어떤 걸 마시겠냐고 한다.
당황하지 않고 탄산수를 고르면 페리에를 가져오셨다.. 융숭한 대접을 느끼며 홀짝홀짝 마시고 있으면 영수증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오렌지 가방이 온다. 와 저걸 어떻게 이고 지고 가져가야 하나 걱정될 정도의 크기였다. 결국 러기지에 잘 싣고 고향으로 고고싱 했더랬지.
기나긴 구매 여정을 끝으로 정든(?) 루이비통 매장 앞에서 사진을 찍고 다음 스텝으로는 생신이 주인공인 엄마에게 전달하는 것! KTX, 동대구역에서 무궁화호로 환승하는 과정에서 루이비통을 이고 지고 내려갔더랬다.
5월 5일 저녁이 되고 식사 준비는 두 딸이 한 뒤 케이크 촛불을 부는데, 그때까지도 전혀 예상하지 않던 우리 엄마...
뭐 눈물까지 터뜨리진 않으셨지만 그래도 나름의 서프라이즈가 된 것 같았다.
더욱이 웃긴 건 그날 아침 내가 생일 미역국을 끓여드리면서 "엄마 환갑 축하드려요!" 이랬더니 엄마 왈, "내가 환갑이라고?!?"ㅋㅋㅋㅋ 토끼띠가 돌아왔는데도 본인 환갑인 줄 전혀 모르셨던 모양. 덕분에 더 서프라이즈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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