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봤다!/맛있다!

[송리단길 데이트 4] 메밀집

긴픽 2023. 4. 2. 18:42

바야흐로 다이어트의 계절이 찾아왔다. 옷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무거운 계절이다. 나의 별명은 기니피그… 명색이 햄스터였는데 살쪄서 등업되었다. 뇸뇸뇸 가리지 않고 입에 넣고 먹길 좋아하는 나는 다이어트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맛집을 향해 떠났다.

 

오늘의 송리단길 맛집은 메밀집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메밀은 슈퍼푸드. 왜인지 물어본다면 대답해주는 게 인지상정!

메밀은 아주 아주 영양가가 많은 곡물이며 슈퍼푸드로 알려져 있다. 심장병에 도움을 줄 수 있고 체중 감량에 효과가 있으며, 당뇨병 예방에도 탁월하다. 단백질, 식이섬유가 있어서 그런가 보다. 글루텐도 있지 않아 장 내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지도 않는다. 말 그대로 메밀의 영양분을 쏙쏙 다 먹어버릴 수 있다!

 

아, 그럼 메밀집 못 참지. 맛있는 음식도 먹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되고, 일단 헤비하지 않으니 더더욱 좋은 곳일 테다.

외관은 이렇게 생겼다. 송리단길 여느 레스토랑과 다름없이 안은 소박하다. 테이블도 몇 없고. 그래서 조금만 늦어도 웨이팅이 있다. 나는 다섯시 반 퇴근이라 겁나 택시타고 갔다. 아마 퇴근하고 일곱시쯤 온다면 웨이팅이 있을 것 같다.

 

웨이팅할 때 수기 작성이 없어서 근처에서 머물러야한다는 게 단점. 기다리는 동안 확인할 수 있는 메뉴판이 있다.

주말에 근처 지나갔더니 다섯시만 되어도 엄두가 안 날 정도로 줄이 길었다. 눈치 게임에 성공하면 확률이 있을지도…?

 

안에서 받은 메뉴판도 밖에서 확인한 메뉴판과 다르지 않았다. 자리를 앉자마자 여러 가지 먹고 싶어서 메뉴 3가지를 시켰다.

 

시켜 먹은 메뉴
 
메밀 집 특제 막국수 간장 맛 8.6

수비드 안심 수육 20.6

트러플 감자전 14.6

다대포 블루 막걸리 8.0

처음에 온 건 김치와 막걸리. 와... 이것만 해도 막걸리 한병은 뚝딱이다. 김치가 왤케 맛있음? 짭조름하고 아삭하고 간이 딱 좋다. 감칠맛도 좋은 게 다대포 블루 막걸리 한 병 Ssap possible.

기다림의 미학

차례로 막국수, 감자전, 수육 순으로 음식이 나오는데 젓가락이 먼저 돌진하는 나를 말리는 친구의 말에 잠자코 있었다. 모든 음식이 다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식탁 위에 음식이 가지런히 다 놓이면 사진을 찍겠다고, 푸드 포토에 진심인 사람….. 본받아야지.

 

막국수는 간장 막국수인데 좀 더 상큼한 맛이 난다. 냉채 족발을 먹는 느낌? 정말 후룩 후룩 잘 들어가는데 양이 좀 아쉽다. 아 맞다, 나 다이어트 한다고 했지?

 

다음은 트러플 감자전인데 요거 요거 아주 요물이다. 진심 어쩜 이렇게 전을 고급스럽게 만드셨을까? 트러플 향과 베이컨의 짭조름함, 바삭한 감자채의 조합은 맛없없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었다. 피자같이 잘려서 나오는데 감질났다. 그러나 배고프다고 토종 지짐이처럼 막 허겁지겁 먹기에는 너무나 고급진 맛. 코리안 포테이토 핫케이크 느낌이었다.

 

다음은 수비드한 수육이었는데, 아삭거리는 고추 사이드가 참 맛있었다. 꽈리고추인가? 암튼 된장소스에 절인 가니쉬가 같이 나오는데 고기와 안 어울릴 수 없는 조합. 수육의 고급화가 이런 거구나 느낄 수 있었다. 안이 불그스름한 고기는 마치 안 익은 것처럼 보였는데 정말 부드럽고 입에서 살살 녹았다. 솜사탕을 물에 씻어 먹는 맛이었다.

 

맛있는 걸 먹으면 언제나 짝꿍이 떠오른다. 재방문 의사는 있다. 남친이랑 같이 가면 아기자기한 곳에서 헤비하지 않게 잘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이게 과연 대식가인 우리에게 요기가 될까이다.

 

다이어트를 위해서 간 곳, 헤비하지 않게 고심해서 선택한 곳이지만,

너무 적당한 양은 2차를 부른다. (그렇게 나는 송리단길 노가리 슈퍼로 향했다.)